뉴스데스크권희진

우크라이나는 '하이브리드 전쟁' 중

입력 | 2022-02-19 20:24   수정 | 2022-02-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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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렇게 우크라이나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걸 이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기를 이용하는 전투가 아닌 컴퓨터 해킹이나 선전전, 여론전 등을 활용하는 새로운 전술로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인데요.

전쟁 없이도 이기는 이 전술의 정체는 뭔지 국제 문제를 전문 취재하는 권희진 기자가 깊게 들여다 봤습니다.

◀ 리포트 ▶

우크라이나 국경 부근 러시아군 병력이 또다시 증원되면서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 행정부 등 주요 정부 기관 홈페이지가 일제히 마비됐습니다.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됐습니다.

[알렉세이 다닐로프/우크라이나 국방안보위원장]
″우리는 확실이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러시아 전문가들의 소행입니다.″

비상상황이라고 본 EU는 즉각 우크라이나에 사이버 안보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조셉 보렐/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사이버 공격에 대항할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공포와 혼란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러시아가 원하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시민]
″이것은 러시아가 우리를 상대로 시작한 하이브리드 전쟁입니다.″

하이브리드 전쟁.

사이버 테러나 여론 조작, 정치공작 등을 결합해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전쟁 이상의 효과를 거두는 현대전의 개념입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는 것만으로 나토의 군사행동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일종의 하이브리드 전술입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크림반도의 러시아 전력은 우크라이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세였습니다.

러시아는 우선 친러 매체를 동원해 크림반도를 분리해야 한다는 선전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여론이 무르익자 러시아가 배후 조종하는 민간 무장단체들을 투입한 뒤, 매수한 정치인, 관료 등을 앞세워 군대를 움직이지 않고도 크림반도를 차지했습니다.

지금도, 러시아는 여론부터 공략하고 있습니다.

언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통합해야한다는 주장을 퍼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러시아의 정당성 강조하고 우크라이나는 실패한 국가고 러시아의 구원이 필요하다고 이렇게 (주장)하는 거죠. 이런 게 하이브리드(전쟁입니다).″

최근엔 친러 반군이 공격받았다는 주장이 러시아 언론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명분을 주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를 기획하고 있다는 첩보도 폭로됐습니다.

[도미닉 라브/영국 부총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꼭두각시 정부를 세운다면 심각한 결과를 맞게 될 것입니다.″

영국 정보기관은 친러 정치인인 우크라이나 전직 하원의원, 무라예프를 지목했습니다.

러시아가 무라예프를 앞세워 친서방 정부를 붕괴시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예브겐 무라예프]
″나토 가입이 우크라이나의 생존 방법은 아닙니다.″

친러정부가 세워지면 러시아는 전쟁 없이도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제성훈/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
″결국 (러시아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거예요. 거기에 사용되는 것들이 동부 지역 내전이라든지, 선전 매체들을 활용하는 거죠.″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계기로 러시아 인접국에서 나토군의 미사일을 빼내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고,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 시작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하이브리드 전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이미 상당부분 얻은 셈입니다.

MBC뉴스 권희진입니다.

영상편집: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