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류현준

기후 변화에 혹독해진 겨울, 추워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

입력 | 2022-12-21 20:24   수정 | 2022-12-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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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겨울 한파가 더 길고 더 매서워지는 것 역시, 기후변화의 결과죠.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잠깐만 바깥에 나가 있어도 괴로운데, 온종일 바깥에서 이 추위를 견디며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생스러울까요.

새벽 길거리를 여는 환경공무관, 추울수록 더 바빠지는 배달노동자들.

류현준 기자가 이들의 하루를 동행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동이 트기도 전 환경공무관들이 익숙한 몸짓으로 옷을 껴입습니다.

″자, 이제 현장으로 가십시다″
″파이팅″

차갑게 얼어붙은 새벽 거리로 하나둘씩 흩어집니다.

길가에 마구 던져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치우는 일.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치우고 제설제도 뿌립니다.

새벽 냉기는 두터운 방한용품도 찌르듯이 파고듭니다.

[이무형/영등포구청 청소과 환경공무관]
″한파가 너무 강하다 보니까 발끝 같은 데는 감각이 없을 정도로 이제는 너무 많이 춥습니다.″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까지 환경공무관은 살을 에는 강추위에도 하루 8시간을 밖에서 일합니다.

이들은 겨울이 더 혹독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해준/영등포구청 청소과 환경공무관]
″한 번 추우면 웬만하면 어느 정도는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추워서 업무하는 것도 힘들고 그냥 진짜 모든 게 얼어붙는 느낌입니다.″

계속되는 영하권 추위에 단단히 얼어버린 서울 강서구의 한 도로.

배달노동자 공정영 씨가 찬바람을 정면으로 뚫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오토바이로 질주합니다.

시속 6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달릴 때 느껴지는 추위는 그냥 서 있을 때와 차원이 다릅니다.

얼마나 더 추워지는지 체감 온도계로 측정해봤습니다.

멈춰서 잰 기온은 영하 2.2도였지만 속도를 내달리기 시작하자 영하 7.2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영하 15도에서는 체감온도가 영하 30도까지 떨어집니다.

[공정영/배달 기사]
″추운 날은 진짜 얼굴이 찢어지 는것 같이 춥습니다. 바람이 들어오는데 진짜 칼바람이 들어와요.″

이런 한파에 살갗이 노출돼 동상을 입기도 합니다.

[천성효/배달 기사]
″집에 들어가서 보니까 이제 허벅지가 간지러워서 병원에 가봤는데 동상에 걸렸더라고요.″

갑자기 나타나는 빙판길은 지뢰밭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들은 최근 겨울이 이전보다 더 추워져, 이면도로에 눈이 쌓이면 잘 녹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천성효/배달 기사]
″해가 거듭될수록 이제 도로 골목길이 얼어 있는 시간들이 좀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지상보다 기온이 낮고 더 강한 바람이 부는 고층건물 건설 현장에서도 추위는 큰 위협입니다.

심혈관에 지병이 있는 사람들에겐 더 위험합니다.

[이군호/건설 현장노동자]
″20층만 올라가면 온도 차가 한 3에서 5도 차가 있어요.″

[최민/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뇌심혈관 질환의 위험도 올라가거든요. 체온을 높이고 그래야 되니까 심장 박동이 더 빨리 뛰어야 되고 그런 것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갑니다.)″

기후 변화로 지구는 더 더워졌지만 우리나라는겨울 북풍이 강해져 추위가 더 혹독해졌습니다

장시간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잠시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휴식 공간입니다.

[전성배/배달유니온 서울지부장]
″쉼이라는 게 건강권과도 굉장히 많이 연결이 돼 있거든요. 잠시라도 이제 편하게 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라는 것 자체가 (좋죠.)″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는 인력을 충원해야 하고 너무 추운 날에는 생업을 걱정하지 않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 김준형, 이준하 / 영상편집 : 안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