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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홍
[알고보니] SRT열차 멈추면 KTX 투입? 이상한 철도 경쟁
입력 | 2023-01-04 20:20 수정 | 2023-01-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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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시작합니다.
지난 연말 수서고속철도, SRT의 선로에 전기가 끊기는 사고로 160대가 넘는 열차가 줄줄이 지연됐습니다.
불편을 겪은 승객들은, 분명 SRT 열차 사고인데 KTX 대체열차가 오고, 코레일 직원이 안내하는 등 헷갈린다는 경험담들을 SNS에 줄줄이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런 경험들이 사실인지, 또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알아봤습니다.
지난달 30일 운행이 중단된 SRT 열차 승객들이 줄줄이 코레일의 KTX 열차로 옮겨타고 있습니다.
사고 사흘 뒤, SRT 출발역인 수서역엔 실제로 자주색 SRT 열차 대신 푸른색 KTX 열차가 서 있습니다.
열차 내부 곳곳에 KTX 로고가 선명한데 안내방송은 KTX가 아닙니다.
[안내방송 (KTX 지원 차량)]
″우리 열차는 18시 25분에 부산으로 가는 ′SRT359′ 열차입니다.″
SR과 코레일간 사고복구 등 계약에 따라 고장난 SRT열차 대신 KTX 열차가 대체 투입된 겁니다.
사고 당일 동대구역에선 SRT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코레일 직원들이 안내를 해줬습니다.
이 역시 두 업체 간 여객서비스 계약에 따라 생긴 일입니다.
이 밖에도 SR은 승객운송 외에, 역무와 매표, 차량구매와 정비, 승무원 지원까지 거의 대부분을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어, 비슷한 혼란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SR은 지난 2016년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출범했는데, 업무 대부분을 코레일에게 맡기는 이상한 경쟁인 셈입니다.
관건은 이런 경쟁이 철도 이용자에게 이익이 되느냐일 텐데요.
현재 SR이 보유한 열차는 32편에, 정차 역은 18개뿐, SR이 없는 지방에서 서울 수서역으로 가려면 중간에 동대구역 등 공용역에서 환승해야 합니다.
시간도 비용도 손해입니다.
두 업체가 통합해 고속열차가 서울, 용산역과 수서역을 모두 운행하면 하루 3만 개의 좌석이 늘고, 운임도 현재 10% 저렴한 SRT처럼 모든 KTX가 10% 싸질 거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KTX와 일반열차 사이 적용되는 환승 할인을 SRT 이용객은 받을 수 없고, 경쟁업체 사이라 마일리지 호환도 안 됩니다.
두 철도 공기업의 중복운영으로 인해 해마다 수백억 원에서 천억 원이 넘는 중복 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태승/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두 개의 기관으로 나눠서 운영하다보니 (두 기관 사이) 왔다 갔다 거래됨으로써 생기는 추가 비용, 딱 그만큼이 소비자의 편익 감소죠.″
코레일에서 분리된 SR은 돈이 되는 고속철만 운영해 코로나19로 여객이 급감하기 직전까지 줄곧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다양한 노선,열차를 운영하는 코레일은 3년 연속 흑자를 내다 SR 출범 이듬해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방 벽지 노선을 줄이고 있습니다.
전세계 철도에서 유례가 없는 이런 기묘한 경쟁체제는, 결국엔 철도산업을 민영화하기 위해 추진돼 왔는데요.
하지만 앞서 철도를 민영화했던 영국은 다시 국가가 관리하는 체제로 개편을 추진 중이고, 독일도 민영화를 추진하다 2016년에 포기했습니다.
알고보니 전준홍입니다.
※ [알고보니]는 MBC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자료조사: 박호수, 임정혁 / 연출: 정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