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송정훈

[단독] "나도 성폭력 피해자" 잇따르는 증언‥"어떤 왕국 같은 게 있었다"

입력 | 2023-04-13 20:00   수정 | 2023-04-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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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그런데 MBC가 취재해보니 피해자들이 더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씨는 학교에서 절대적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를 가해온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이어서 송정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작년 여름 교사 김 씨에게서 개인 교습을 받기 위해 학교밖 연습실을 찾아간 피해학생 A양.

그곳에서 성폭력을 당했고, 불법 촬영 피해자가 됐다고 MBC 취재진에 털어놓았습니다.

[A양(피해자)]
″거기 연습실에 CCTV도 있고요. 싫다 해도 (김 씨가) 그냥 일단 찍고‥″

레슨을 그만 받겠다고 했더니, 협박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A양(피해자)]
″어제 내가 누굴 만나고 왔는지 아냐 어디 회사랑 어디 배우랑 만나고 와서 너 얘기도 하고 왔는데‥이 바닥에서 이 일을 할 생각을 다시 하지 마라.″

김 씨에게 수업을 받았던 B양.

작년 1월, 김 씨는 갓 스무 살이 된 B양에게 저녁을 사주겠다며 불러냈습니다.

약속 장소는 한 일식 주점이었습니다.

사케 1병을 다 비운 뒤, 2차로 와인바에 데려갑니다.

여기서 B양이 취기가 오르자 김 씨는 ″외롭다″, ″나 사실 이혼했다″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또래였다면 결혼했을 수도 있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신체 접촉도 있었습니다.

학생의 손을 잡더니 옆자리로 옮겨 앉았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한참을 B양의 어깨에 기대있었다고 합니다.

[B양(피해자)]
″너무 약간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그때는. 진짜 아빠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지?″

술자리가 끝난 뒤 김 씨가 자신을 차에 태우려 하자, B양은 ″부모님이 근처로 데리러 온다″고 둘러대 가까스로 벗어났습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B양의 부모는 김 씨에게 곧장 항의했고, 김씨는 B양 아버지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를 일정 부분 시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B양(피해자)]
″약간 이거를 믿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되나. 왜 그렇게, 좋은 분이었는데‥″

이전에도 학생들 사이에선 김 씨를 조심하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B양(피해자)]
″선배들이 (김 씨) 차를 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피해 학생들은 왜 곧바로 대응하지 못했을까.

학교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김 씨는 자신이 직접 뽑은 학생들을 3년 내내 가르칠 만큼, 학생들에겐 영향력이 컸습니다.

[동료교사]
″자기의 어떤 왕국 같은 게 있었어요.″

[피해 학생 부모]
″제가 사건 전에도 들은 얘기들은 (김 씨) 눈에 나면 뭐 진학이 어렵다. 미래가 막힌다‥뭐 조사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됐다는(숨졌다는) 게‥″

취재진은 숨진 김 씨의 유족을 통해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MBC뉴스 송정훈입니다.

영상편집 : 조아라 / 삽화 : 강나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