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태윤

[단독] 소금 싹쓸이에 담합까지‥염전에서 조직적인 사재기

입력 | 2023-06-22 20:15   수정 | 2023-06-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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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소금 가격이 오르고 있죠.

이에 대해 정부는 소비가 비상식적으로 늘어서 일뿐, 조직적인 사재기는 없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소금 생산 현장의 실제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얼마 전부터 도매상들의 조직적인 사재기와 가격 담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김태윤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우리나라 천일염의 80%가 나오는 전남 신안.

염전 100여 개가 있고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천일염 유통업체가 있는 비금도에서 최근 천일염 품귀 현상과 관련해 현장은 실제 어떠한 상황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지역 염전에서 매년 천일염 100만 포를 사들여 전국으로 보내는 농협을 찾아갔습니다.

창고에 20kg 천일염 40만 개가 쌓여 있습니다.

대부분 올해 이전에 사서 비축해 둔 겁니다.

[김대중 과장/비금농협]
″이쪽은 21년산, 이쪽에도 21년산이고요. 이쪽은 22년산 물량입니다.″

올해 생산된 햇천일염은 이제 막 사들이기 시작한 상황.

[김태균 상무/비금농협]
″올해 거 이제 오늘부터 넣은 거예요.″
<아 이거 올해 거예요?>

공급량을 맞추려면 올해 생산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수매를 앞두고 갑자기 염전에서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겁니다.

[천일염 유통관계자]
″농협에 수매 신청을 했던 농가들도 다 포기를 하고, 많은 물량이 빠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신 햇소금을 가져간 건 업자들입니다.

[염전 생산자]
″중간상인들이 엄청나게 지금 사재기해놓았어요. 그 사람들이 공급을 안 풀어주니까 마트에 소금이 있니 없니‥″

이들은 한 달 전쯤부터 농협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며 햇소금을 트럭째 싹쓸이해 가고 있습니다.

[염전 생산자]
″(업자들이) 농협보다 얼마 더 줄 테니까 이 가격에 해라.″

염전 생산자들이 업자들의 제안을 받은 뒤 서로 공유한 문자 메시지입니다.

농협에서 한 포에 1만 9천원대로 사는 천일염을 업자들은 2만 2천 원에 산다고 돼 있습니다.

[천일염 유통관계자]
″이분들이 이 가격을 놓고 돌리는 거예요, 지금 자기들끼리.″

일부 생산자들이 업자들과 가격을 담합하는 정황도 보입니다.

[천일염 유통관계자]
″농협은 가격이 너무 낮아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렇게 비하를 하고 루머를 퍼뜨려서 원가 상승을 조장하는 거예요.″

염전 생산자인 척 업자들을 접촉해 봤습니다.

″거래를 하신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여쭤보려고 전화를 드렸죠.″

곧바로 대량 구매를 제시합니다.

[소금 거래업자]
″우리는 큰 차 위주로 많이 하거든요. 한 5천 개는 있어야 되겠는데요. 5천 개 해주실랍니까?″

즉답을 피하자 물건도 안 받고 무조건 현금부터 입금하겠다고 말합니다.

[소금 거래업자]
″사장님이 지금이라도 못 믿으시면 계좌번호 주시면 입금해 드릴게요.″

업자들이 높은 가격으로 소금을 싹쓸이해가면서 농협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염전 관계자]
″이번에 물량 확보를 못해서 보니까 2만 2천 원에 지금 올려져서 농협에서 작업을 하더라고.″

하지만 현장을 관리해야 할 해수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염전 관계자]
″해수부나 이런 데서 이런 사람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지금.″

해수부는 오늘 브리핑에서도 소금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을 소비자와 판매업체로 돌렸습니다.

[송상근/해양수산부 차관]
″불안감과 잘못된 정보로 인해서 가수요 현상이 지금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수부는 업자들의 사재기 대책을 묻자 그제서야 ″이들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단속과 함께 이들이 사들인 소금의 유통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태윤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권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