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유경

영아살해 27명 절반 넘게 '집행유예'‥최고 처벌도 징역 5년

입력 | 2023-06-26 20:05   수정 | 2023-06-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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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세상에 태어났지만 주민 등록조차 되지 않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사회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 채 태어나자마자 목숨을 잃게 되는 일도 반복되고 있는데요.

저희 MBC 법조팀이 최근 5년 동안의 영아 살해 사건의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스물 한 명의 생명이 숨진 기록이 담겨 있었는데,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어머니들은 절반이 넘게 집행 유예로 풀려났습니다.

가장 높은 처벌도 징역 5년에 그쳤습니다.

이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20년 4월, 한 여성이 집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자마자, 질식시켜 살해했습니다.

임신을 숨겨온 이 여성은 봉투에 담은 시신을 현관 밖에 몰래 버렸습니다.

1심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MBC가 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서 최근 5년 치 영아살해 사건 판결문 47건을 확보해 분석했습니다.

항소한 사건도 있었고 공범 판결도 있다 보니, 전체 사건은 24건이었고, 이 중 3건은 미수에 그쳐 21명이 숨졌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지만, 미수범·공범까지 27명 중 실형은 12명뿐.

15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실형을 산 경우도 11명은 징역 3년 이하, 최고형은 징역 5년에 그쳤습니다.

선처의 이유는 뭘까?

반성, 초범 등 흔한 이유도 많았지만, ″예상 못 한 출산에 따른 정신적 혼란″이 15번, ″수치심· 두려움을 느낀 상태″였다고 가해자 입장을 고려한 경우도 3번 있었습니다.

[김성희/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
″사회적인 도움이라든가 복귀를 할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아마 고려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반 살인이나 존속살해는 최고 사형까지 처벌할 수 있고, 최저 형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영아살해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정반대로 최고 형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충북 청주에서 갓 낳은 아이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 살해하려 한 사건.

아이가 중환자실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엄마는 영아살해 대신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2년이 선고됐습니다.

영아살해 처벌이 약하다 보니, 범행에 실패해 더 강하게 처벌받는 상황까지 생긴 겁니다.

전문가들은 굶어 죽던 아이가 많던 1953년 제정된 형법상 영아살해 조항이, 70년의 경제적·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손질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 정인학 / 영상편집 : 양홍석 / 일러스트 : 강나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