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구나연

"한국 인권위 상황은 '대형 참사'"‥국제인권기구 의장의 쓴소리

입력 | 2023-11-29 20:35   수정 | 2023-11-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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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출범한 지 22주년을 맞은 국가 인권 위원회, 요즘 안팎에서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시아 최대 인권 기구의 수장이 우리 인권위의 상황에 대해서 ′대형 참사 수준′이라면서 정치적인 독립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구나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아시아 최대 인권기구 ′포럼 아시아′의 제럴드 조셉 의장.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30년 경력의 인권 운동가로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위를 감시하는 네트워크, ′ANNI′를 이끌고 있기도 합니다.

그는 최근 한국 인권위 상황을 재난에 비유했습니다.

[제럴드 조셉/′포럼아시아′ 의장]
″이건 인권위에 있어 ′대형 참사′입니다. 11명 위원 모두가 집단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이충상 상임위원의 동성애 등에 대한 각종 혐오 발언, 대통령을 풍자한 ′윤석열차′ 진정을 둘러싼 논란 등에 서한을 보내 비판했던 그는, 세계 인권 운동가들 앞에서도 뼈아픈 말을 쏟아냈습니다.

[제럴드 조셉/′포럼아시아′ 의장]
″인권위는 정부가 건드리기 싫어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건드려야 합니다. 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장 고요한 집단′에 목소리와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김용원 상임위원이 군 사망자 유가족을 수사의뢰하고, 인권위 직원 교체를 요구하면서 자신이 맡고 있는 침해구제소위 회의를 넉 달째 소집하지 않는 상황에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현재 해당 소위에는 약 3백 건의 진정들이 쌓여 있습니다.

[제럴드 조셉/′포럼아시아′ 의장]
″진정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인권위가 사건을 들여다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랍니다. 진정인을 기다리게 하고 고대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조셉 의장은 인권위의 위원 선출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처럼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각각 위원을 추천하면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제럴드 조셉 /′포럼아시아′ 의장]
″정당이 후보를 추천하는 건 결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을 추천한 이들에게 친절할 수밖에 없고.. 위원 선출부터 흔들려버리면 다음 5년이 말썽입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를 본보기로 들었습니다.

인권 전문가들로 선출위원회를 구성한 뒤, 인권위원 입후보자를 공개 모집해, TV 토론·면접·국회 토론 등 1년 가까운 검증을 거쳐 선발하는 겁니다.

[제럴드 조셉/′포럼아시아′ 의장]
″선출 과정이 더 투명하고 공개적이라면 후보들은 인권 문제나 정치 문제 같이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는 데 더 큰 부담을 느낄 겁니다.″

이미 재작년, 국제 인권기구 등급 심사에서 우리나라 인권위는 ″새로운 위원 선출 방식을 마련하라″고 권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독립은커녕, 현직 상임위원이 직무유기로 공수처에 고발되는 초유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