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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대륙에서 온 수상한 가스, 이산화탄소 14,800배 폭탄

입력 | 2024-01-08 07:46   수정 | 2024-01-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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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와 산업시설로부터 떨어진 청정지역 제주도.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 위에 흰색 건물이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교차하는 하늘을 감시하는 제주도 고산 관측소입니다.

해발 72m의 타워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영하 165도로 냉각해 성분을 정밀 분석합니다.

1조 개당 몇 개밖에 없는 분자까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고산 관측소 감시망에 수상한 가스가 검출됐습니다.

가스의 정체는 수소불화탄소, HFC-23 이라고 불리는 물질입니다.

이산화탄소의 14,800배나 되는 강력한 온실가스로 국제사회가 서둘러 감축하기로 약속한 물질입니다.

강력한 온실가스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추적했습니다.

이 가스는 기류를 타고 날아옵니다.

기류를 역추적하면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공기 흐름을 역추적한 결과를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붉은색이 짙은 곳이 이 물질을 많이 배출한 지역입니다.

중국 산둥성과 장쑤성 등 중국 동부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나 많은 양이 나왔는지도 분석됐습니다.

중국 동부에서 배출한 HFC-23은 5700톤에서 2019년에는 9500톤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년간 배출한 양을 다 더했더니 3만 5000톤이 넘었습니다.

이산화탄소로 환산을 하면 5억 2000만 톤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죠.

국내 2000cc 휘발유 차가 1년에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1.6톤 정도 되니까요.

승용차 3억 2000만 대가 1년간 뿜는 것과 비슷한 온실가스가 배출된 겁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배출된 것도 있었지만 중국의 배출량에 비하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선영/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
″전 지구적인 규모에서 2019년에 배출되는 양에서 대략 반 이상은 중국 동부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지금 현재 연구 결과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관측 결과에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중국은 2019년까지 HFC-23 배출량을 대부분 줄였다고 보고했지만, 사실은 달랐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감축했다고 발표한 배출량보다 실제 배출량이 최소한 2만 3천 톤이나 많았습니다.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3억 톤이 넘는 막대한 양입니다.

[박선영/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
″중국에서 보고되는 양과 배출되는 양 사이의 차이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치를 살펴보면 그게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3억 톤 정도였다라는 말입니다.″

HFC-23은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냉매로 사용되는 수소염화불화탄소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입니다.

이들 공장에서 HFC-23이 새지 않도록 포집하거나 제거해야 하는데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수소불화탄소를) 포집을 한다든지 또는 화학적으로는 어떤 흡착제를 써서 모아서 다시 재활용한다든지 하는데 이런 과정들에 또 다른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제거하려면 돈이 든다는 얘깁니다.

포집 장비에 결함이 있거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장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UN 등 국제사회는 중국에 해명을 요구하고 대책을 촉구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19년 연구진은 중국이 오존층 파괴물질인 프레온가스를 불법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내 국제사회의 대응을 이끌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중국에서 프레온가스 불법 배출이 급증한 지역입니다.

중국 산둥성과 허베이성 등 중국 동부 산업 지역입니다.

연구진의 보고 등을 토대로 국제사회가 대응에 나서 중국을 압박했습니다.

그 결과 2019년에는 이전 수준으로 배출량이 줄었습니다.

HFC-23이라는 온실가스 폭탄을 몰래 배출하고 있는 나라는 또 있습니다.

중국이 전체 몰래 배출량의 47%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절반은 다른 국가들이 배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강력히 의심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는 인도입니다.

그러나 인도 주변에는 제주도 고산 관측소와 같은 첨단 관측소가 부족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구의 기온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바닷물 온도도 관측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북극과 남극, 알프스와 히말라야의 얼음은 급속히 녹아내리면서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많은 경제 주체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온실가스나 환경파괴 물질을 몰래 배출하고 싶은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고산 관측소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50여 종의 물질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적어도 동아시아에서는 실수로든 고의로든 수상한 물질을 배출하면 반드시 잡힌다는 걸 이번 연구는 보여줬습니다.

세계 곳곳에 이런 관측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