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정실 작가

프랑스 건축 유학생이 본 북한 대형공사의 공식

입력 | 2023-12-09 07:48   수정 | 2023-12-0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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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연말이 되면 북한은 이런저런 당의 성과를 선전하곤 하는데요. 도시 개발과 각종 대규모 건설 사업도 빠지지 않고 거론합니다. 이유가 뭔지 오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차미연 앵커 ▶

네 김정국 씨는 북한 명문 김책공대 출신으로 프랑스 유학 가면서는 건축을 전공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러면 서울에 다니시면서 아파트나 굉장히 고층 빌딩이라든지 대형 쇼핑몰 건설하는 모습 보면 어떠세요?

◀ 김정국 ▶

건축을 좀 배웠다고 그래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건축적인 시각에서 표면적인 것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7, 8년 살다 보니까 건물을 보면 저기도 누군가 주인은 있겠지 저 사람은 얼마를 벌까 그러면서 그냥 난 언제면 건물주가 될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한국 사람 다 됐네요.

◀ 김필국 앵커 ▶

그러게요. 북한 매체에서 요즘도 거의 매일 건축 관련 보도를 접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건설을 강조해왔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보시는 것은 얼마 전 북한 티비가 보도한 갈마식료공장입니다.

″갈마. 예로부터 일러오는 동해의 명승 갈마반도와 함께 이젠 우리 인민들의 기억 속에 이름난 수산물가공기지로도 깊이 새겨진 정다운 부름입니다.″

◀ 차미연 앵커 ▶

이 공장이 위치한 갈마지역은 김정은 위원장이 해안관광지구로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던 곳입니다.

◀ 김필국 앵커 ▶

한편 2020년 3월 17일 열린 평양종합병원 건설 착공식. 김정은이 직접 참석하고 7개월 뒤인 10월 10일까지는 완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평양종합병원건설을 당창건 75주년까지 무조건 끝내기 위하여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하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은 김정은 집권 초기부터 야심차게 건설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는데요. 북한의 달라진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삼지연시 건설 사업은 백두산 중턱의 산간마을을 이국적인 풍경의 도시로 바꿨다. 선전하기도 하는데 그 이후로는 특별한 소식이 들리지 않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 안창모 ▶

그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의 완공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평양에 5만 세대의 주택 건설을 짓겠다고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한테 굉장히 의아하게 보였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원산의 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경우에는 제재가 해제돼서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금 제재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건물 공사를 완성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냐면 건물이 완성되고 나면 그다음부터 사용 안 하면 그 다음부터는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투자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나중에 정작 그 건물을 사용할 때는 또 다른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마무리 짓기 전에 공사를 멈추고 거기에 들어갈 돈을 또는 자재를 다른 공사에 하는 게 효과적이죠.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갈마지구를 일단 중단하고 당장 필요한 주택 건설로 방향을 돌렸다 이렇게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요즘 티비로 북한의 모습을 보면 정말 많이 놀라실 것 같은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대형 건설에 집중하는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 김정국 ▶

북한에서 대형 건설을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새롭게 있는 건 아니고요. 김정일 시대 때도 대형 건설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주로 평양 대극장이나 동평양 예술극장 어떻게 보면 되게 예술 관련된 그런 건설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이제 건설의 어떤 방향이 주민들의 어떤 실생활 생활이나 주거라든가 우려 문화생활과 관련된 그런 건설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안창모 ▶

실제 건설 프로젝트는 그 통치자들 또는 정치가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데는 굉장히 좋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체제랑 관계없이 정치가들이 많은 것을 투자하는 그런 부분이죠. 김정은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변화 중에 하나는 대형 건물 프로젝트도 짓지만 일상 인민들의 삶의 퀄리티를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꽤 많습니다. 양묘장 건설 같은 경우는 북한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양묘장 건설에 대해서는 우리 뉴스에서 다루지 않죠. 그 다음에 갈마식료공장도 그런 케이스죠. 그래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건강을 챙기는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은데 다양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사실은 또 그런 걸 안 보여주면 시청자가 재미없어 하죠. 양어장이나 양묘장을 보여주면 누가 티비를 보겠습니까? 아마 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이 북한식 건설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속도전입니다.

◀ 김필국 앵커 ▶

조선중앙 티비의 특집 프로그램 새로운 평양 속도를 강조하면서 건설 속도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천리마 속도와 평양 속도를 사회주의 건설의 눈부신 발전 속도를 표현하는 대명사라고 선전하는데요. 전 세대들의 빛나는 전통이라며 강조합니다.

″우리 아버지만 해도 새벽에 그저 6시 되면 아침에 출근하고 점심밥을 싸가지고...″

◀ 김필국 앵커 ▶

북한 매체는 또 희천발전소 건설에서 발휘된 희천 속도,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독려하며 내걸었던 마식령 속도. 매 시기마다 분리 속도들을 소개합니다.

◀ 김정국 ▶

북한이 역사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그렇고 항상 해오는 말이 천리마 속도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엄청난 빠른 속도와 질을 동시에 보장한다라고 하는데, 김일성종합대학 근처에 되게 전망 좋고 목 좋은 곳에 한 4, 50층 되는 아파트가 높게 올라간 게 있습니다. 아마 4, 50층짜리 아파트가 한 두 달 아무튼 엄청 빨리 올라갔어요.

◀ 김필국 앵커 ▶

거의 하루에 한 층 올라갔겠네요.

◀ 김정국 ▶

이렇게 빨리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 북한 주민들 내부에서도 좀 불신이 되게 많아요. 저게 저렇게 빨리 올라가는데 괜찮냐.고등학교 때 물리시간에 뉴턴의 2법칙을 배웠는데 가속도는 질량에 반비례한다라는 뉴턴의 2법칙인데 가속도는 질에 반비례한다라고 일종의 패러디를 한 거죠. 그래서 저렇게 빨리 올라가면 질은 떨어진다라고 북한 주민들의 속생각인 거죠.

◀ 안창모 ▶

북한이 그렇게 공동주택을 빨리 지을 수 있는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건축 공법의 차이가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규격으로 똑같이 짓는 것들은 공업화에 굉장히 유리하거든요. 그 다음에 기계화는 안 됐지만 그 수많은 유휴 인력 또는 군사 훈련으로 훈련된 군 건설 집단의 존재가 공사를 매우 빠르게 놀라우리만치 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지금 인력 동원 말씀하셨는데요. 청년들도 많이 동원하는 걸로 알려져 있잖아요. 이분들이 건설 전문가도 아닌데 이렇게 청년들이 거기 가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의아하거든요.

◀ 김정국 ▶

제가 그때 창전거리 건설이었는데요. 그때 유학에 선발이 되면서 다행히 건설에는 참가를 못 했거든요. 건설장비가 그렇게 많지 못 하다 보니까 뭐 모래 자갈 이런 것도 다 인력으로 학생들이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하루에 해야 되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그거를 이제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을 쓰는 학생들이 좀 있었대요.

◀ 차미연 앵커 ▶

그래도 돼요?

◀ 김정국 ▶

안 되는데 또 일종의 보면 거래인 거죠 어떻게 보면. 나중에는 그게 공공연하게 한 달에 일정 정도의 돈을 내면 그걸 빼주겠다 노력 동원해서 빼주겠다 그런 게 공식적으로 나와있었대요. 누구는 돈을 내고 놀고 있고 누구는 돈이 없어서 그런 일을 1년 동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필국 앵커 ▶

대형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은 인프라와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건설 교육도 강조한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보시는 것은 경쟁률이 높은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평양건축종합대학입니다. 대형 건설에 참여하기도 했다네요.

″지난 10년간 대학에서는 려명거리, 삼지연시 소재지를 비롯해서 9400여 건의 설계형성안을 훌륭히 완성하여 당에 기쁨을 드렸는데 그중에서도 2000여 건은 우리 학생들이 창작한 것입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에는 각 도별로 설계원과 건설기술자를 양성하는 건설 전문 학교들이 있고 이 외에 건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장 대학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건설 관련 대학, 건설 관련 학과가 꽤 많은 것 같은데요. 김정국 씨가 유학생으로 선발돼서 파리에서 건축을 전공한 것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정국 ▶

저는 김책공대에서 정보통신이라는 학문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프랑스에 가서 건축을 배워라.

◀ 차미연 앵커 ▶

본인이 원한 건 아니었어요?

◀ 김정국 ▶

제가 지망한 것도 아니고 원한 것도 아니었죠. 결국에는 그런 어떻게 보면 국가의 부름을 받은 거죠. 2011년쯤부터 평양시가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거든요. 우리 유학생들끼리도 저런 데 필요한 건축 디자이너들을 키우기 위해서 우리를 내보낸 건가? 라는 생각을 해봤고 나중에 저는 이제 한국에 왔지만 북한으로 돌아간 같은 유학 동기들은 아마 가서 평양에서 새롭게 올라가고 있는 건물들의 디자인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안창모 ▶

건축 유학생은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입니다.이제 유학을 간다고 하면 그 나라에서 첨단 학문을 배운다라고 생각을 많이 하죠. 김정국 씨 같은 경우는 IT를 배워야 될 것 같은데 디자인을 공부하러 갔다라는 게 이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들은 자신들한테 부족한 것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 거죠. 이 디자인이라는 것은 삶의 질이나 경제적인 수준과 또는 세계적인 흐름과 속에서 디자인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건데 오랫동안 폐쇄된 구조 속에 있었던 북한 사회에서는 디자인을 그 내부적으로 향상시킬 수가 없었다라는 것을 알았다는 거예요. 북한 사회주의 소셜 리얼리즘에 기초한 디자인과 다른 전혀 새로운 건축을 할 수 있는 인재로 선발된 거거든요.

◀ 차미연 앵커 ▶

네 어마어마한 전략 안에 김정국 씨가 있으셨던 거군요. 지금도 대규모 건설이 한창인 북한은 앞으로도 또 다른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를 할 것 같은데요. 북한의 건설 어떻게 진행될까요? 그럼?

◀ 안창모 ▶

저는 사실은 창전지구 아파트의 디자인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북한의 평양에서 보여준 디자인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변수는 건축 재료나 여러 가지가 뒷받침돼야 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또는 북한이 어떠한 형태로든 경제제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북한이 그리고 있는 이 그림이 제대로 구현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좀 큰 틀에서 좀 발전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정국 ▶

조금은 더 주민들의 실제적인 생활에 필요한 난방이 잘 되고 전기도 잘 들어오고 가스도 들어오는 그런 아파트들이 좀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차미연 앵커 ▶

지난주에 이어서 2주에 걸쳐 북한의 건설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변화하는 풍경 속 북한 사회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의 각종 건설 사업이 성과 선전에 그치지 않고 북한 주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두 분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