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곽동건

"왜 빠져? 그 친구 수영은 하나?"‥'실종' 보고받은 사단장의 육성

입력 | 2023-12-21 15:49   수정 | 2023-12-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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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던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린 직후 소속 부대장과 임성근 당시 해병 1사단장 사이의 통화 내용입니다.

′어떻게 됐냐′고 묻는 임 사단장에게 대대장은 ′인원이 떠내려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고 보고합니다.

[2023년 7월 19일 / 채 상병 실종 직후 통화]
대대장 : 대대장입니다.
임성근 사단장 : 어, 어떻게 됐냐?
대대장 : 사단장님, 저도 현장으로 지금 가고 있습니다. 저 위에 있다가.
임성근 사단장 : 그래.
대대장 : 지금 인원은 떠내려… 깊은 데서는 안 했다는데 인원이 떠내려가고 지금 안 보인다고 그래서, 빨리 가 보고 있습니다.
임성근 사단장 : 어.
대대장 : 빨리 가 보겠습니다. 가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임성근 사단장 : 가봐.

그리고 잠시 뒤, 현장 상황을 확인한 대대장과 사단장의 또 다른 통화.

[2023년 7월 19일 / 채 상병 실종 직후 또 다른 통화]
임성근 사단장 : 왜 빠졌고, 누가 옆에 있었고 그걸 알 수가 있냐?
대대장 : 예 작업하는 팀이, 중위 000, 중사 000, 상사 000 그리고 있었는데…
임성근 사단장 : 그런데, 왜 빠졌냐고.
대대장 : 이게 높은 깊이까지, 삽으로 밑을 물 바닥을 긁다 보니까 지반이 무너지면서 빠져들어 갔다고 합니다.

실종 경위를 설명하는 대대장에게 이번에도 사단장은 ′물에 들어갔던 거냐′라든가 ′왜 수중 수색을 했냐′는 내용은 전혀 묻지 않고, ′왜 빠졌는지′만 계속 궁금해합니다.

그러던 임 사단장은 ′실종 장병이 수영할 줄 아냐′고 추가로 묻고는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구명조끼라도 입고 있냐′ ′안전 장비가 있었냐′ 같은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2023년 7월 19일 / 채 상병 실종 직후 또 다른 통화]
임성근 사단장 : 그 친구가 수영할 줄은 아냐?
대대장 : 네, 수영 잘한다고 합니다. 덩치도 좋고 수영도 잘한다고 합니다.
임성근 사단장 : 응 알았다.
대대장 : 필승!

앞서 임 사단장은 수사단 조사에서 ″수중 수색 사실을 지시한 적도 사전에 보고받은 적도 없었고, 그렇게 위험하게 수색하는 줄 알았다면 미리 조치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녹취 내용을 보면 임 전 사단장이 사전에 수중수색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또한, 앞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사단장으로부터 하천 주변을 수색하다 ′둑이 무너져서 물에 빠졌다′고 보고받아 물에 들어갔다는 생각을 못 했다″고 국방부 검찰단에서 진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대대장의 보고 내용에는 ′둑이 무너졌다′는 말은 전혀 없고, ′수중 수색 도중 지반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정확하게 보고됐다는 것도 확인됩니다.

박정훈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당시 임성근 전 사단장이 사령관에게 채 상병 사고 원인을 ′둑 붕괴′로 보고한 게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마침 당시 녹취가 발견돼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