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PD수첩팀

[PD수첩] 의대증원 2천 명과 사라진 의사들

입력 | 2024-03-12 21:54   수정 | 2024-03-12 21:54
12일 밤 PD수첩 <지금 우리 병원은 - 의대증원 2,000명과 사라진 의사들>에서는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의료대란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7일 기준, 전체의 93%에 달하는 1만 1천여 명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다. 의료공백이 길어지면서 환자는 물론이고,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수습하며 의료 공백을 메꿔가는 간호사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의료 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과연 해결될까? 국내외 의료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I>“환자들 입장에서는 그냥 죽으라는 것밖에 더 되냐...”_난소암 4기 환자 보호자, 지은우(가명) 씨</I></strong>
나흘 동안 대학병원 5곳에서 진료 거부를 당하고, 끝내 패혈증으로 숨을 거둔 아버지에 대해 김재환(가명) 씨는 “이런 재난이 있겠어요?”라고 말하며, 더 이상 이러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사들이 이제라도 병원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립선암 말기 환자인 김 씨의 아버지는 지난 2월 13일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피부가 괴사하고 진물이 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아버지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지만,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고, 지역을 옮겨가며 응급실을 찾은 끝에 닷새 만에 김 씨의 아버지는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아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왜 의사들은 병원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2월 6일 정부가 발표한 의대증원 계획을 시작으로 의료대란은 본격화되었다. 정부는 의료 취약 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여 의대 정원을 2천 명 늘리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의료계는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거리시위를 시작했고, 지난 20일부터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OECD 자료에 의거해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등을 근거로 실제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홍윤철 교수는 ‘의사 인력 증원뿐만 아니라 의료 제도 개혁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 숫자만 늘리는 것은 본질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단순 인원 증가가 아닌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이미 경험한 일본은 의대증원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마츠모토 교수(히로시마 대학)는 학생들이 자치 의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입학금, 수업료, 생활비를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9년간 지역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는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젊은 의사를 배치하여 정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관련하여, 후생노동성 기획조정실 실장 사사키 코스케 씨는 정부가 지역의대 증원 규모를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으며, 협의를 통해 필요한 만큼 의대정원을 늘렸기 때문에 의사들의 반대도 없었다고 전했다.
늘어나는 의사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이와 의료 개혁을 완수할 대책이 무엇일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