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현지

"차에 치일 뻔한 경험"‥어린이 보호 못하는 보호구역

입력 | 2022-12-07 20:21   수정 | 2022-12-0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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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며칠 전 서울 강남구의 초등학교 앞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어린이가 치여 숨진 사고가 있었는데요.

어린이를 보호한다고 만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건지, 김현지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닷새 전, 음주운전 차량에 초등학생이 치여 숨진 서울 강남구 초등학교 앞.

교문 옆에 국화꽃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벽에는 아이를 기리는 메모지들이 붙어 있습니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학교 앞 좁은 길에선 지금도 차와 행인이 뒤섞여지나가고 있습니다.

화물차가 앞서가던 행인을 칠뻔하다 급히 운전대를 트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상연 / 주민]
″인도 없이 이쪽에 붙어서 다니죠. 차도로 다니죠. 노란 선 그어놨는데 저쪽으로 다니는데, 벽에 바짝 붙어서 다닐 수는 없잖아요.″

학교 뒷문에서 한 발짝만 나오면 이렇게 차도로 연결되는데요.

횡단보도에는 신호등도 없습니다.

[김정남 /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장]
″신호등이 (설치가) 늦은 이유 중의 하나가 인도가 확보가 안 되다 보니까‥ 다수가 기다리려면 인도 정도가 확보돼야 하는데 인도가 확보가 안 돼 있어서.″

역시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는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 앞.

수업을 마치고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사이로 차들이 아슬아슬 지나갑니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차 옆에 바짝 붙어 위태롭게 다니고, 길 한가운데에서 차량과 오토바이와 함께 뒤엉키기도 합니다.

[김도윤 / 초등학생]
″저는 몇 번 차에 치일 뻔한 경험이 있어서 위험하다고는 항상 생각하고 있는데‥″

정문 앞에 인도가 있지만 폭이 좁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인데요.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차도로 걸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3년 전에도 남학생이 자동차에 치여 크게 다쳤던 곳인데, 상황이 그대로인 겁니다.

[김백철 / 학부모]
″차들도 많이 다니고 스쿨존임에도 불구하고 이쪽에 주정차하는 차량들이 종종 있어요. 그래서 항상 위험하다고는 생각은 하고 있죠.″

서울시는 올해 초 사고 위험이 큰 어린이보호구역 도로 36곳의 제한속도를 30km에서 20km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36곳 중 23곳은 여전히 차도와 인도가 구분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한 어린이보호구역 16곳 가운데 7곳은 신호등도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MBC뉴스 김현지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강종수
영상편집: 배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