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지윤수

올리브밭에 생긴 300m 협곡‥지층 다 드러난 튀르키예 마을

입력 | 2023-02-19 20:20   수정 | 2023-02-19 20:30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은 땅의 모양도 바꿔놨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이번 지진의 피해가 컸던 튀르키예 하타이주 외곽지역의 한 마을을 다녀왔는데,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땅이 종이처럼 찢겨지고, 이전에는 없던 거대한 협곡도 생겨났습니다.

지윤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튀르키예 하타이 주 외곽 알티노주의 마을입니다.

평화롭게 올리브 농사를 지으며 살던 이 마을도 지진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이곳은 사방이 올리브나무밭입니다.

이번 지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이쪽을 보시면요, 올리브밭이 딱 반으로 갈라졌습니다.

지진으로 지형 자체가 바뀐 겁니다.

지진 충격에 거대한 협곡도 생겼습니다.

길이가 무려 300m, 깊이도 40m나 됩니다.

협곡 아래로 깨진 바위들이 쏟아져 내렸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지층들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은 하루아침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땅으로 변했습니다.

[하산 칸데미쉬]
″원래 올리브땅이었어요. 엄청 큰 소리가 나서 처음엔 전쟁이 나거나 폭탄이 터진 줄 알았어요. 다음 날 와보니 이렇게 돼 있었어요.″

평평하던 올리브밭이 하루 사이 이렇게 바뀌었다고는 믿기 어려운 상황.

올리브밭 인근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 가 봤습니다.

역시 지진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주택과 축사가 무너졌는데, 가축들이 그 아래에 갇혔다고 합니다.

축사는 상대적으로 튼튼하지 않다 보니 이번 지진으로 많이 무너졌는데요.

이 마을에서만 가축 서른 마리가 죽었습니다.

곳곳에 있던 건물이 사라지자,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마을의 전경도 변해버렸습니다.

[살라딘 칸데미쉬]
″원래 건너편 마을과 저 멀리 닭 농장이 거의 안 보였는데 지진 이후에는 땅들이 가라앉아서 지금은 훤히 다 보입니다.″

복구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마을 지반 곳곳은 내려앉은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지진으로 반쯤 무너진 건물이 언제 다시 무너져 내릴지 우려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베이셀 데미스칸]
″지진 전문가들이 여길 자세히 조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땅이 더 가라앉을 수도 있고, 마을이 위험할 것 같아 걱정됩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마을에 오는 데도 꼬불꼬불 좁은 길을 한참 올라와야 했던 상황.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 마을에선 피해 조사도, 도움의 손길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지윤수입니다.

영상취재: 이종혁, 장영근 / 영상편집: 오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