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광연

"학폭위 열어달라고 했는데‥" 고3 학생 끝내 숨져

입력 | 2023-05-25 20:13   수정 | 2023-05-2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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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한 고3 학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습니다.

학생의 유서에서는 ″신고한들 뭐가 달라지겠냐″며 자포자기한 심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유족 측은 학생이 숨지기 전 학교 측에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광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신고한들 뭐가 달라질까, 도대체 어떻게 복수해야 할까…′

충남 천안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김 모 군이 수첩에 남긴 내용입니다.

김 군은 지난 11일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촘촘하게 피해 내용을 적은 수첩, 가슴에 남은 울분을 적은 유서가 가방에서 발견됐습니다.

수첩에는 같은 반 학생들이 지역비하를 하거나 동성애자로 불렀으며, 신발이나 학용품을 숨기거나 돌려주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결국 따돌림이 계속돼 주위에 친구가 한명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군은 또 ′신고한 들 뭐가 달라지겠냐′, ′이 나라는 가해자의 편′이라며 절망감을 토로했고, 교사에게 따돌림 사실을 말했지만 다시 자신을 부르진 않았다고 호소했습니다.

[김복철/김00 군 아버지]
″′내가 죽어서라도 너의 발목을 잡고 싶다′, ′유서 내용을 누군가 보면 조치를 해달라′ 이런 내용을 보고 저는 마음이 찢어집니다.″

유족도 사망 일주일 전 아들이 학폭을 호소하며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며 학교폭력방지 위원회를 열어달라고 교사에게 말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복철/김00 군 아버지]
″학교폭력방지 위원회를 열어달라′ 그러니까, 담임 선생님은 ′학교폭력은 없었다′ 이렇게 답변하고 묵살해서… 살 수 있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학교 측은 그러나 교사가 학폭위 개최 요청을 묵살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
″선생님 입장에서는 어머니랑 통화할 때 그런 학폭 얘기는 없었다 하는데, 이제 그것도 구체적인 것은 저희가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유족은 김군의 담임 교사와 학생 8명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MBC뉴스 김광연입니다.

영상취재: 양철규/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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