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상훈

12.12 의로운 죽음 43년 숨기고도‥국방부 "배상은 못 한다"

입력 | 2023-12-12 20:01   수정 | 2023-12-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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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조금 전 리포트에서 보셨던 세 명의 군인들 중에, 고 정선엽 병장의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반란에 맞선 의로운 죽음을 정부가 43년 동안이나 총기 사고로 은폐해 왔기 때문인데요.

작년이 되어서야 진실을 인정한 국방부는, 법정에서도 황당한 주장을 내놓으면서 유족들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고 있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유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육군 병장 고 정선엽의 묘.

여든을 앞둔 두 누나가, 동생의 묘비 앞에 섰습니다.

[정영임/고 정선엽 병장 작은 누나]
″정말 착한 아이였는데,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사망일자 1979년 12월 13일.

44년 전 반란군들이 국방부에 난입했을 때, 정 병장은 벙커를 지키던 초병이었습니다.

정 병장은 항복하라는 요구를 거부했고, 반란군은 실탄 4발을 쏴 그를 사살했습니다.

신군부는 총기사고였다고 진실을 숨겼습니다.

[정영임/고 정선엽 병장 작은 누나]
″전두환이 그 인간이, 빨갱이라고 막 그랬어요. 그래서 엄청 힘들고 장례식도 엄청 늦었어요.″

18년 뒤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의 초병살해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습니다.

그런데도, 군은 사망원인을 바꾸지 않았고, 2008년 어머니는 끝내 누구의 사과도 못 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정자/고 정선엽 병장 큰누나]
″화가 그냥 머리끝까지 차서 화로 돌아가셨어. 눈만 감으면 밤낮으로 아들, 아들만 부르고…″

43년을 우기던 국방부는 작년에야 정 병장이 반란군에게 살해당한 전사자라고 고쳤습니다.

유족들은 43년의 은폐에 대해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미 전사자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고 있어 유족들에게 추가로 손해 배상할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군의 불법행위로 무슨 손해를 입었는지 유족들이 입증해라″, ″만약 손해가 있었다면 전사자로 인정된 작년부터 정신적 피해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영임/고 정선엽 병장 작은 누나]
″그건 너무한 것 같아요. 고통당한 세월 헤아려주지도 않고 이렇게 돼버리니까…″

1심 선고는 내년 초 내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서울의 봄′ 흥행으로 갑작스럽게 쏟아진 관심, 유족은 ″왜 이제서야냐″고 물었습니다.

[정영임/고 정선엽 병장 작은 누나]
″여태까지 안 했는데 왜 이제서야 이렇게 해주는 거예요?″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 영상편집: 배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