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성일

[알려줘! 경제] 다음 차례는 BTS? 상장 심사받는 '빅히트 엔터'

입력 | 2020-07-03 08:49   수정 | 2020-07-03 10:29
SK 바이오팜 화려한 데뷔…다음 타자는?

어제 주식 시장의 화제는 단연 SK 바이오팜의 데뷔였습니다. 하루 상승률 160%, 4만8천원으로 공모한 주식의 가격이 12만 7천원까지 올랐습니다. 이 가격에도 주식을 파는 사람이 없고 사겠다는 사람만 많아, 거래를 기다리는 주식 숫자만 수천만주였습니다.

SK그룹 산하의 신약 개발회사인 SK 바이오팜은 지난주 공모부터 높은 청약 경쟁률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323:1, 시중에 있는 자금 31조원이 주식 배정을 받겠다고 몰렸습니다. 신기록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고자 시중에 풀린 돈이 몰렸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해석이 분분했는데, 그 모두가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이 증시로 모이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으로 불안을 타고 주가가 오르는, ′잘 되는 주식은 되는′ 장세입니다.
″빅히트 주식가치는 3조원 이상″

주식시장, 특히 공모 시장의 관심은 다음 타자에 쏠리고 있는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그 주인공입니다. K팝의 살아있는 전설, 전성기를 구가하는 그룹 BTS의 기획사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상장 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빅히트를 두고, 시가총액이 얼마쯤 될거라는 예상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보는 기업가치는 적게는 3조원, 많게는 5조원 수준입니다. 3조원이면 유통회사 이마트, 건설사 대림산업과 비슷한 기업가치를 예상하는 것이고, 5조원이면 이보다 큰 통신사 LG 유플러스 수준까지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에 큰 매장을 수십개 갖고, 종사자만 수만명, 몇 십년 업력을 가진 회사와 신생 엔터 회사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K팝의 경쟁력이 그 틈을 채우고 남는다는 것이 금융 시장의 시각인 것 같습니다.
BTS, 글로벌 한류의 힘?

그런데,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한류를 만들고 유지해 온 다른 기획사와 비교해서도 이례적입니다. 흔히 3대 기획사라고 일컫는 SM, YG, JYP 의 주식시장에서 가치는 5천억원~8천억원 정도, 3회사를 합친 시가 총액이 2조원 정도 됩니다.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매출액, 영업이익입니다. BTS의 2019년 매출액(5872억)은 SM과 비슷한 수준이고, 영업이익(987억)은 3 회사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조금 많습니다.
같은 업종 기업들이 매출액-영업이익 규모가 이 정도 차이가 난다면, 기업가치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지금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SM의 최소 5배, 최대 8배까지 보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이례적인 고평가의 이유는, 바로 전세계에 퍼져 있는 BTS 팬, 아미들의 힘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3대 기획사들도 소속 연예인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한 것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이 대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권에 머무르는 데 비해, BTS의 무대는 ′전세계′라고 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K팝 그룹이라는 점이 금융시장에서 높이 평가를 받은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에서도 국내 시장이 무대인 회사와 전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회사에 대한 평가에 큰 차이가 있는데(금융 시장 용어로 ′멀티플′이 다르다고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된 겁니다.

BTS의 증시 데뷔를 기다리는 증권시장

증권 시장은 SK바이오팜이나 빅히트 같은 건실하고, 규모가 큰 회사들의 신규상장을 반깁니다.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일 뿐 아니라, 몇 조원씩 몰려던 자금들이 다른 주식을 사면서 시장의 유동성을 늘려줄 것이라는 기대때문입니다.

그래서 증권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빅히트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언제 상장할 것인지, 공모가격은 얼마나 될 것인지, 또 성급한 예측이지만, 얼마나 많은 부동자금이 몰릴지, 경쟁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될 것인지, 이런 것들입니다.

지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앞두고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 9월, 10월에는 BTS의 증시 데뷔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예술을 돈과 숫자로 환산하려는 증권시장 사람들이 달갑지 않겠지만, 또다른 종류의 대중과 함께 호흡을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 또 이런 대중의 돈이 K 팝을 살찌우는 투자금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터부시 할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