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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플러스] "생산성이 문제다" 일터에 부는 새바람
입력 | 2016-02-12 20:45 수정 | 2016-02-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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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밤 10시, 서울 종로의 풍경인데요.
환하게 밝혀진 사무실에서 야근이 한창이네요.
우리나라 직장인의 한해 평균 노동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국가들 가운데 2위입니다.
가장 적은 독일보다 1년에 753시간, 꼬박 한 달을 더 일합니다.
그런데 회사 문화에 따라서도 근무 시간에 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먼저 남재현 기자가 두 직장인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 리포트 ▶
아직 해가 뜨기 전인 새벽 6시.
3년차 직장인 정훈직 씨는 출근을 준비합니다.
버스와 만원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정해진 출근시간은 9시인데도 1시간 일찍 사무실에 나갑니다.
[정훈직]
″아무래도 9시에 딱 맞춰서 가기에는 눈치도 보이고, 먼저 가서 준비해야 할 것들도 있고 해서 일찍 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6년차 직장인 박지혜 씨의 출근길은 느긋합니다.
가족들과 항상 아침을 먹고 7시 반에 집을 나서도 부담이 적습니다.
[박지혜]
″저희같은 경우는 8시 반이 출근 시간이거든요. 그때까지만 딱 오면 자유롭게 눈치 안 보고….″
줄 서고, 밥 먹고, 시간에 쫓겨 마음 편하게 커피 한잔의 여유도 없이 지나가는 점심시간.
바로 오후 업무가 시작됩니다.
나른한 오후 시간이 지나고 한참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후 5시 30분.
하루 8시간 근무를 마치고 박지혜 씨는 망설임 없이 퇴근 준비를 합니다.
자신이 일만 끝내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는 사내 문화가 정착돼 눈치를 보는 일은 없습니다.
[박지혜]
″처음에 입사할 때는 이렇게 가도 되나 싶기도 했는데, 필요하면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고, 운동도 해서 체력도 좀 키울 수 있고….″
같은 시각, 정훈직 씨는 야근을 준비합니다.
정시 퇴근은 간절한 바람일 뿐.
밤 9시, 근무를 마치면 이제 회식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정훈직]
″문화가 이미 이렇게 정착이 돼 있는 것 같고, 취업하기 힘든데 일하고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무언의 압박과 경직된 분위기 탓에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한해 노동 시간은 2천124시간이었는데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하면 하루에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1년에 두 달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34개 나라 가운데 25위, 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하는 시간보다 업무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새 바람이 불고 있는 현장을 곽동건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이 회사 직원들은 출근을 하면 무조건 30분 동안 놀아야 합니다.
″정답은…. 안 들어갔습니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광고회사인 만큼 불필요한 회의 대신 창의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배치했습니다.
[박현우/이노레드 대표]
″더 적은 시간을 줘서 그 시간 안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여기에 저희가 야근을 줄이는 비결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오후 2시 전엔 텅 비어 있는 사무실.
점심시간이 2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일찍 식사를 마친 직원은 외국어 공부에 투자합니다.
하루 근무를 6시간으로 제한했고 올해부턴 주 4일제까지 도입했지만 성과는 줄지 않았습니다.
[류보라/에이스그룹 직원]
″이전의 직장은 여유가 조금 업무시간에 있기때문에 딴 생각을 한다든지 그럴 수 있잖아요. 근데 지금은 딱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또 다른 회사, 이곳은 4년 전부터 저녁 7시 반이면 사무실 전등을 모두 끕니다.
근무 시간은 축소하는 대신 목표 성과는 유지해 눈에 잘 띄지 않게 낭비되던 시간이 줄어든 겁니다.
[변정옥/유한킴벌리 직원]
″몰입해서 하느냐, 천천히 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근무 시간을 재배치하고 줄이는 대신 직원 스스로 업무 효율을 높이게 하는 기업들.
일과 개인의 삶이 균형을 이룰 때 오히려 생산성은 높아진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입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