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구나연

[제보는 MBC] 북한강 버려진 송전탑 기둥‥상수원에 폐기물 왜?

입력 | 2023-03-07 20:16   수정 | 2023-03-07 21:04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으로 엄격하게 관리되는 북한강에 콘크리트 폐기물이 버려져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확인해보니 10여 년 전에 철거된 송전탑을 받치던 기둥이었는데, 강에 버려진 채 넉달 째 방치되면서,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미 다슬기 채취량이 3분의 1가량 줄었다고 합니다.

구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북한강이 흐르는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의 한 마을입니다.

강을 끼고 있는 야산의 산비탈에 산사태가 난 것 같은 흔적이 보이고, 그 아래 강물에 콘크리트 기둥이 잠겨있습니다.

원래는 송전탑을 받치고 있던 기둥입니다.

야산 꼭대기에 설치돼 있던 송전탑인데, 한국전력이 10여 년 전 철거했습니다.

그런데 한전은 송전탑 철골 등은 폐기했지만, 탑을 받치던 콘크리트 기둥들은 계속 산에 방치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말, 방치돼 있던 기둥들을 누군가 강으로 굴려 밀어넣은 겁니다.

철탑 폐기물이 버려진 장소에 직접 와봤는데요. 제 오른쪽으로도 폐기물 덩어리들이 보이고 반대쪽으로도 폐기물 덩어리 하나가 물에 잠겨 있습니다.

다슬기 등을 채취하며 생계를 잇는 어민들이 처음 발견해 군청에 신고했습니다.

[김지용 / 삼회리 어촌계장]
″다슬기를 채취하는 구간인데 이런 게 있음으로 인해서 다슬기 채취도 안 되고, 저쪽 멀리 떨어진 부분 같은 경우는 배가 가다 부딪힐 수도 있죠.″

하지만 군청과 한전은 사실상 손을 놨고, 그 상태로 겨울이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수중 카메라로 들여다 봤습니다.

콘크리트 기둥 4개가 바닥에 꽂혀 있습니다.

처음 버려졌을 때만 해도 콘크리트가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지만, 지금은 각종 부유물질이 낀 가운데 일부는 물 위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당장 3월부터 다슬기 채취가 재개됐는데 그물을 걷은 어민들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작년만 해도 하루 평균 30kg을 잡았지만 이제는 20kg 안팎에 그치고 있다는 겁니다.

[김한갑 / 삼회리 어민]
″다른 데 비해서도 수심이 깊은 데라 다슬기 서식하기가 딱 좋고 그런 지역인데, 작업량의 한 1/3 정도 날아갔다‥″

게다가 이 강물은 수도권 주민들에게 공급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주변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는 건 물론, 어민들조차도 납으로 만든 그물처럼 오염원이 될 수 있는 장비는 쓸 수 없습니다.

[독고석 /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콘크리트가 들어가면서 많은 탁질을 만들기도 하고요. (4대강도) 탁질, 탁도물질, 황토 그것들로 인해서 생태계에 영향을 줬어요.″

어민들은 산에 방치된 기둥을 누가 강으로 밀어넣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한전 측은 ″크레인 업체와의 계약이 마무리돼 다음 주 중으로 철거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영상편집: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