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학폭에도 ′검사 아빠 찬스′?…구멍 난 인사 검증</strong>
지난 2017년, 강원도의 한 사립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났다.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에 ′빨갱이′, ′돼지′ 같은 모멸적인 언어로 따돌림을 주도했다. 괴롭힘은 1년이나 이어졌고, 피해자는 자살까지 시도하려 했다. 마침내 학교는 학폭위를 열어 가해자에게 ′강제 전학′ 조치를 내렸다. 학폭의 심각성을 학교도 인정한 것이다. 이른바 ′명문′ 사립학교의 학폭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된 듯 보였다.
하지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가해자 측은 전학 조치에 불복해 재심과 행정소송, 행정심판 등 각종 법 절차를 동원했다. 학폭 신고 이후 1년 동안이나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은 공간에서 지냈다. 이후 가해자는 서울대에 합격했고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대학 진학에 2차례나 실패했다. 판결문에는 ′아이가 사과하려고 하는데 아빠가 막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가해자의 아빠, 당시 서울중앙지검 현직 검사이자 최근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다. 아들 학폭 논란이 불거지자 정 변호사는 사의를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체 없이 인사명령을 취소했다.
언론 보도로 인선이 하루 만에 번복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내세워온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미국의 선진 인사 검증 시스템을 들여왔다는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법무부는 1차적이고 기계적인 검증을 하는 곳″이라며 실질적 책임에 선을 그었다. 경찰도 인사 검증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를 비롯해 인사 검증체계에는 검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전국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찰 출신 인사를 앉히기 위해 검증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에게 평생의 고통을 안긴 학폭 사건의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의 실체와, 현 정부의 인사 검증체계의 문제점을 <스트레이트>가 파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