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재경

마약 운반책,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퇴직금까지 쌓아

입력 | 2023-03-07 20:33   수정 | 2023-03-0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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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열 네살 중학생이 SNS를 통해 구입한 필로폰을 집에서 투약하다가 가족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SNS를 통한 마약 판매가 이렇게 어린 학생들한테까지 퍼지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인데요.

마약 조직들이 정직원을 고용해 퇴직금까지 줘가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재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늦은 밤, 강원도의 한 야산 앞 도로.

한 마약운반책이 경찰과 함께 가로등 앞에 멈춰 섭니다.

가로등 밑을 파보니 조그만 꾸러미가 나옵니다.

1억 원 상당의 필로폰 50그램입니다.

미리 약속한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입니다.

마약의 출처를 추적한 경찰이 도달한 곳은 서울의 한 원룸.

집 안에 있던 가방에서 하얀 가루와 분홍색 마약이 담긴 봉지들이 발견됩니다.

[경찰]
<′술′(필로폰 은어) 하나, 둘, 셋. ′캔디′(엑스터시) 하나‥허브, 술, 술 맞나?>
″네.″

전자저울과 여러 크기의 봉투를 준비해놓고 SNS로 마약 주문을 받아왔습니다.

[경찰]
<네가 직접 여기서 소분하나?>
″큰 거 20g, 30g 단위로 소분은 하고‥″
<네가 사용하는 거네?>
″네.″

경찰에 붙잡힌 마약 운반책은 모두 18명.

대부분 2~30대인데 마약조직은 이들을 정직원으로 고용해 운영했습니다.

조직에 신분증도 제출했고 최대 열흘간의 수습기간도 거쳤습니다.

마약 배달 수수료도 주급으로 받았고 이 중 20%는 변호사비와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까지 하는 등 일반 기업처럼 운영한 겁니다.

[김대규/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경찰 수사기관에 어떤 자기 범행을 신고한다든지, 마약류 분실이라든지, 그리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정직원) 행태를 취하지 않았나.″

하지만 조직은 운반책이 붙잡히면 연락을 끊고 변호사비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마약 운반책 11명을 포함해 20명을 구속하는 한편, 이들에게 마약을 공급한 윗선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재경입니다.

영상취재 : 강건구(경남) / 영상제공 : 경남경찰청